4년 동안 진상규명 지지부진

▲오혁진 기자
▲오혁진 기자
“피해자 입장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가 여느 정권보다 높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정위는 차마 공정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질 정도로 불공정했다”
 
“‘진상규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지 4년이 되어가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는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가습기살균제·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두 참사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인재(人災)'다. 특히 기업의 잘못과 정부의 무책임함이라는 본질이 같고,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진상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닮은꼴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탄생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특조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조사하려 하자, 예산 미집행과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 등의 꼼수를 통해 방해했다. 특조위가 조사를 완료한 사건은 진상규명 신청사건 239건 중 4건(1.67%)이다.
 
두 참사의 진상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상황은 나아졌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해 3월 세월호 선체 내 설치된 CCTV 데이터가 담긴 DVR(디지털영상 저장장치) 수거과정의 수사 요청을 시작으로 검찰에 총 9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과정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사참위·서울대 보건대학원 등의 연구에 따라 피해자가 최대 102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신고가 접수된 인원은 6800여명뿐이다.
 
최근 일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현 변호사)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가습기 참사 ‘은폐 논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빗발쳤으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특히 가습기 참사와 관련해 환경부 공무원을 제외한 공정위 간부들은 단 한 명도 징계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오는 12월이면 사참위의 활동은 정지된다. 사참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기간이 종료되면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다만 사참위의 조사기간 연장과 인원 확충 등을 담은 특별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활동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방도는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최근 사참위 활동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정치권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향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현 정부가 외친 ‘진상규명’은 우리를 희망고문하기 위한 정치쇼였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자는 묻고 싶다. “전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죠?”라고 말이다. 참사의 아픔과 죄책감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하루를 그들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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