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책임진다"던 기업들...판매 후 문제생기면 나몰라라

▲ 한지은 기자
▲ 한지은 기자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어느 회사의 기업 철학에서나 볼 수 있는 문구다. 소비자는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해당 제품이 안전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구매한다. 일부 소비자는 건강을 위해 더 믿을만한 제품을 높은 가격에 구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 여부를 가르는 척도는 기업의 마케팅 문구나 안전성이 증명됐다는 마크 등 눈으로 보이는 것들뿐이다. 소비자는 직접 해당 제품이 안전한지 증명하고 판단할 수 없다.
 
소비자는 기업과 제품에 믿음을 가지고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들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가장 큰 예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고 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 세정 목적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증후군이 일어나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최초로 출시됐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은 ‘곰팡이, 물 때, 세균 제거의 강력 3중 효과’, ‘내 아기를 위하여’ 등의 문구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폐 손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탓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피해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는 6000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약 1500명가량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도 모자라 가습기에 장착된 살균부품들이 안전성 입증이 되지 않은 채 판매되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0월 6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
 
사참위 측은 “가습기에 부착된 살균부품들도 엄연히 가습기 살균제로 분류되지만 해당 제품들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없었다”라며 “가습기 살균제로 분류되는 제품을 판매하려면 안정성 검증이 필수적이지만 기업과 국가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현재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지정돼 안정성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균 제품을 부착하는 가습기는 판매 중단이 됐지만 주기적으로 교체를 권하는 살균부품은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가습기 살균부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엔 대기업이 다수 포함돼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어디서도 소비자를 위한 안전성 검증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들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살균부품을 가습기 살균제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가 제기되는 제품들은 가습기 살균제 뿐만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 성분 중 하나인 염화벤잘코늄이 시중에 유통되는 손소독제의 약 10%에 함유됐단 사실이 밝혀졌다. 또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재 허위광고로 질병 예방 등을 내세운 제품들도 드러났다.
 
피해자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판매 전의 철저한 검증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전 검증이 부실하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들은 피해자가 생긴 후 밝혀진다. 이때 기업과 정부의 초기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피해자가 한, 두 명에 그칠 수도 있고 수천 명으로 급증할 수도 있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더이상 놓쳐선 안된다.   
 
이미 우리는 기업의 비양심적 행태, 정부의 책임회피에 따른 사회적 대참사를 겪었다. 그 믿음의 대가는 모조리 소비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 기업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동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일고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자료 22건을 제출하지 않았다.
 
진정 ‘내돈내산’의 주체가 되는 소비자들은 기업과 제품을 믿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해결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의 보호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스스로 피해 구제의 주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참사가 일기 전, 이제는 책임의 주체가 판매자가 되어야 할 때다. 그것을 감시하는 정부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비자 권리의 1순위는 ‘소비자 안전의 권리’다. 기업과 정부는 소비자의 권리 앞에서 떳떳할 수 없다.
 
기업과 정부는 스스로 ‘자신이 소비자가 된다면 쓸 수 있는 물품을 판매했는지’, ‘억울함 없는 구제 과정이 있었는지’ 물어보길 바란다. 모든 이들의 답변이 ‘Yes’가 되는 그날까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길 바란다. 그것이 소비자의 가장 기본적 권리를 지키고 믿음에 보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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