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보단 상생 방안 모색에 힘써야

▲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지난 1월 열린 한국GM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발표회 당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신임 한국GM 노동조합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극한 대립을 겪은 후 얼어붙었던 한국GM 노사 관계가 급속도로 해빙된 장면이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은 향후 한국GM 노사를 ‘공명지조(公命之鳥)’와 같다고 했다. 공명지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를 뜻한다. 회사와 노조가 협력·상생에 방점을 찍고 힘을 모으지 못한다면 공멸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한국GM에서 또 파열음이 들린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사의 기싸움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한국GM 임단협은 3개월 넘도록 진행 중이다. 이 기간 이뤄진 협상만 20차례다.
 
올해 한국GM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인천 부평2공장에 대한 추가 생산 물량 배정과 성과급이다. 노조는 부평2공장 신차 물량 배정과 함께 2022년 이후 생산 계획을 요구했다. 현재 물량의 생산 기한이 끝날 경우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또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 원을 더한 성과급을 달라고 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임금 동결을 고려할 때 올해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도 이제 양보할 만큼은 양보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난색을 표한다. 현재 부평2공장에 배정된 물량 생산의 기한은 최대한 연장하겠으나, 신차 배정은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경영정상화가 진행 중이고,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아 올해와 내년 각각 220만 원, 200만 원 규모의 성과급 또는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어지는 노사 갈등으로 한국GM에는 전운이 감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최근 한국GM 노조의 행보다. 사측이 전향적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며 잔업 및 특근 거부라는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합법적 파업권’도 확보했다. 지난해와 같은 전면 파업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파업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한국GM 노조가 투쟁을 시작하자 급기야 이해관계자들의 ‘호소’가 시작됐다. 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 쟁의 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회사의 올해 사업 목표인 손익분기 달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GM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한국GM 협신회 역시 ”임단협 문제가 조기에 종료되지 않는다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들은 부도에 직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가 사측에 고용 안전망 확충이나 복지 개선 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부평2공장 후속 물량 배정도 꼭 필요한 요구다. 과거 군산공장 폐쇄로 뼈를 깎는 고통분담에 나선 이들이 느낄 불안감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노조가 가진 불안감을 표출하는 방식이 아쉽다. 투쟁을 통해 회사에 피해를 입힌 뒤 원하는 걸 얻어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측에 전향적 제시안을 요구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요구가 현실적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현재 한국GM이 처한 상황은 누구보다 노조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올 상반기 주요 완성차 업체의 해외 공장은 줄줄이 가동을 멈췄고 판매는 급감했다. 수요 회복에 따라 수출은 이제야 회복 궤도에 올랐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 지난 9월 업계 대표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도 사측과 위기 타개에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가 2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연다. 여기서 논의될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투쟁을 멈추거나 연장할지, 나아가 파업에 돌입할지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이 자리에서 회사와 협력업체 호소에 대한 ‘답’을 논의하기 바란다. 이들의 간절함을 ‘언론 플레이’ 쯤으로 생각하진 않아야 한다. 협상에 소통은 필수적이다. 눈과 귀를 열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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