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지난 8일 연초부터 자동차 업계를 들썩이게 한 소식이 있었다.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현대차에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두 회사의 이름이 상위권으로 포진했고,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주(株)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는 “협의를 진행 중이나 초기단계로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를 증명하듯 시장의 반응은 식을 기미가 안보였다. 오히려 증권가나 언론에서는 두 회사의 동맹 시나리오나 전기차 시장 영향력 제고 등 긍정적 관측을 쏟아냈다.
 
현대차의 말대로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이 현대차를 사업 파트너 후보에 선정했다는 건 세계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걸 증명한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자동차 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업 영역은 많다. 그 중에서도 올해 시장의 화두를 뽑으라면 단연 전기차다.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조이고 친환경으로 정책 초점을 맞춰가면서 기존 내연기관차들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시장 지원 정책을 내놓은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전기차 시장 선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겐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배 43% 증가한 687만8000여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연평균 21%의 폭풍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제너럴 모터스(GM)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수십조원의 투자 계획 발표와 신차 출시 등으로 전기차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역시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전기차 출시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정조준했다.
 
한국 기업들도 참전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순수 전기차를 올 상반기부터 연이어 출시한다. 이 플랫폼은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쌍용차 역시 올 상반기 내 자사 첫 전기차 출시를 출시해 도전장을 낸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K-전기차’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에 자동차 시장 무게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도약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다져온 기술력과 인지도 등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 없는 얘기도 아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한국이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계 3사의 점유율은 33.9%다.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에는 한국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총 8조 원 규모를 지원하는 점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전쟁 개막 전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R&D)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2021년은 한국 전기차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있는 전기차,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모두 맞물려 한국이 세계 시장 정상에 설 수 있길 희망한다. 지금까지 눈에 불을 켜고 수립한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된다면 분명 시장을 뒤흔들 성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 도로 곳곳에 더 많은 ‘K-전기차’가 질주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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