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총체적 변화에 대응하고자 2017년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악세사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생적으로 집행 권한이 없어 정책의 결정 권한을 갖추지 못했다 쳐도, 코로나19 여파로 1년 만에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된 상황 속에서 4년째 잔잔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모습은 “무늬만 컨트롤 타워”라는 오명을 씻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혁신성장 정책의 핵심을 맡고 있는 4차위에 대한 여론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K-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 뒤늦은 출발 속에서도 ‘규제 미로’에 갇힌 4차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포함된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업무 수요가 증가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학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서정선 전 회장은 지난 2월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속도감 있는 규제완화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바이오는 산업’이라며 미래 의학이 될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학’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안 되는 것만 빼고 모두 허용)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규제 미로 속에 갇힌 상황에 대해 “벽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이오협회를 지난 10년간 이끌면서 335개 회원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 전 회장은 우선 ‘가명정보’를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예로 들었다. 서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께서 ‘정보가 석유’라는 말씀까지 하셨지만, 부처는 마치 대통령께서 뒤로는 다른 말씀을 하신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며 “부처에서는 ‘잘못하면 내가 다친다’는 식으로 데이터 3법 관련 규제를 안 풀어줬고 바이오산업을 하는 사람은 애매한 규정 탓에 잘못하면 감옥에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데이터 3법의 시행령 중 ‘데이터 활용을 막는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개인정보보보호법 시행령 14조2항(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기준)부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규정을 정비했다. 당초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한 4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에서 ‘각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로 수위를 낮췄다. 4가지 고려사항의 불명확한 표현(수집 목적의 상당한 관련성, 제3자 이익 침해 등)도 삭제했다.
 
서 전 회장은 하지만 “(시령행 개정안은) 상당 부분 고쳐졌지만 근본적으로 액션을 하는 데 명료함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며 “협회에서 꺼낸 화두 중의 하나가 ‘바이오는 속도’라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규제 완화 속도를 느리게 해놓게 ‘다 해줬잖아’ 이런 식이었다”면서 “포장도 안 돼 있었던 길을 뚫어놓긴 했지만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속도 제한을 걸어놨다”고 날을 세웠다.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4차위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차 회의를 열고 ‘국가 데이터 정책 추진방향’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제9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 후속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가 데이터 정책 추진 방향’은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유통·활용해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민간 수요가 높은 핵심 데이터도 민간에 개방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 전문 기업 또는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 제도를 활용해 민간의 데이터 구매를 활성화하고, 누구나 데이터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통합 데이터 지도를 통해 공공과 민간 데이터 플랫폼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4차위는 이처럼 데이터를 개방하는 체제를 마련해 의료·생활·복지·핵심 기반 등 9대 체감형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윤성로 4차위 민간위원장은 “민간의 혁신역량을 믿고, 민간에서 오랫동안 해결을 요구해온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참석한 정세균 총리는 “공공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가명 정보 활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 데이터 결합을 촉진하는 데이터 거래·유통의 물꼬를 틀 것”이라며 “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발전도 모색해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 중심의 데이터 경제를 꽃피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은 4차위가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의 범정부 데이터 컨트롤타워로 확대·개편되면서 행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점을 돌파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4차위를 정세균 국무총리와 윤성로 민간위원장 체계로 개편하고, 장관급 정부 위원을 기존 5개 부처에서 12개로 확대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암초등학교를 찾아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위해 들어서며 적외선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유무 및 올바른 마스크 착용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암초등학교를 찾아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위해 들어서며 적외선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유무 및 올바른 마스크 착용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K-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3가지
 
지난해 9월 “정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이 중구난방식”이라고 지적했던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측은 지난달 26일 취재진과 만나 4차 산업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3가지 문제점을 설명했다.
 
먼저 ‘거버넌스 문제점’에 대해 “현재 4차산업(보충)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하나로 모아 주도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가 있다”며 “과기부가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해서 R&D를 주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산자부에 쏠려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 입장을 빌려 풀이하자면 4차위는 사실상 자문조직에 불과하다.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선 “국회로부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뉴딜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70%가 넘는 규제만 무성하다”며 “이를테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나온 온라인 플랫폼법이 대표적으로 4차 산업에 역행하는 제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쿠팡이 차등의결권이 보장된 미국 증시의 문을 두드린 사례를 설명하면서 “창업자 등 특별한 사람에게는 일반주주와 달리 복수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로 인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비(Class B) 주식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벤처 육성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직된 제도들 때문에 유니콘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재적 문제’에 대해 “전공자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시간에 비해 현장의 흐름은 5년에서 빠르면 2~3년 주기로 변화하고 있다”며 “다시 말해 입학할 때 배웠던 과정이 졸업 후 현장에선 써먹지 못하는 기술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업계에 경우 관련 학과가 늘고 있지만 교육자가 턱없이 부족해 투입할 인원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의 몸값은 저절로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단순하게 코딩만 하는 코더들은 많지만, 이들을 주도할 빌더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정확히 읽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현실을 지적한 셈이다.
 
AI업계는 AI도덕성 윤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김 의원 측은 “최근 촉발된 ‘이루다’ 윤리문제를 넘어 AI기술로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부의 축적을 ‘얼마나,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AI로부터 일자리를 잃게 될 소외계층에 대한 보안책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4차위에 권한이 확장된 만큼 K-4차 산업혁명의 규제가 얼마나 해소되고, 업계와 소통이 원활하게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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