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디지털경제 현장방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디지털경제 현장방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코로나19를 본격적으로 맞이했던 2020년은 온라인 개학을 비롯해 화상회의를 통한 업무 형태로 번져나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사상초유의 사태 속에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던 이들은 경영난에 부딪혔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해 7월14일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크게 세 개를 축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다. 디지털 뉴딜에는 DNA 생태계 강화,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사업 육성이 포함된다. 8월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 관련 재정엔 20조 원 이상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의 대다수 사업은 코로나의 잠식이나,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초·중·고교 전체 교실에 와이파이를 깔고 오래된 컴퓨터와 노트북을 교체해주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라는 것이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정부 바깥에선 단기적 경기 대응, 부양 대책과 상반되는 모습에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2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할 만큼 알맹이가 있는 사업인지 의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재정정책의 실효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재정지원 일자리, 한국판 뉴딜, 공정경제, 혁신성장 4대 정책 중 각 부문의 정부 지출의 경우 실질 GDP에 유의한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작성하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책임연구위원을 맡았다. 4대 정책은 실질 GDP에 되레 안 좋은 영향을 끼쳤으며 이 중 한국판 뉴딜 사업의 효과가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디지털 뉴딜로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시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9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4차위를 법률로 규정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바램대로 4차위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지난해 활동을 되돌아보며 분석해본다.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9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9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과학계에 미친 “文의 인사독주”
 
4차위 1기 장병규 전 위원장은 지난 2019년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라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는 뺏는 것”이라고 한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또 장 전 위원장은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 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낸다”라고 밝혀 ‘反민주주의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을 뒤로한 채 물러났다.
 
이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제자인 윤성로 4차위 위원장이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정치편향성 의혹, 장남 재산 증여세 탈루 의혹, 부실학회에 논문을 발표한 의혹 등 최 장관을 둘러싼 찜찜했던 인사청문회도 지난 역사가 됐다.
 
인공지능(AI) 전문가로 꼽히는 윤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과기부와 협업하겠다고 선포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요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으며, 클라우드와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합된 신기술 적용 가속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가 절실해진 상황에 다다랐다.
 
윤 위원장은 “혁신의 규제가 아닌 규제의 혁신을 추구하겠다”며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끝장토론)도 강화하겠다. 4차위에 ‘규제개선팀’을 신설하고, 해커톤 결과가 실질적 규제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4차위가 태생적으로 대응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권한을 갖지 못했지만, 지난해 해커톤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점은 눈에 띌만한 성과라고 평한다.

4차위가 있었기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의제를 공론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가명정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은 일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물론 4차위가 국회의 힘을 빌려 입법을 거쳤지만 활발한 논의를 진행한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 입법조사처가 4차위에 대해 “자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 촉진 정책을 발굴하거나 규제를 발굴해 조정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해커톤으로 모든 주제의 결론을 쉽게 지을 수는 없지만, 카풀과 같은 공유경제 논의에서는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4차위의 위상을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4차위와 과기부에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디지털 뉴딜이 문 대통령의 인사독주가 낳은 실패사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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