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짓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이번 주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가 먼저 최초 요구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1만원 이상’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가 각각 제시한 요구안을 두고 격차를 좁혀 나가는 방식으로 차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이뤄지는 두 번째 최저임금 심의인 만큼 노사 간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경제 위기 최전선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영 위기 가중, 폐업률 증가 등을 막기 위해서는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가 ‘대통령 공약’ 카드를 꺼냈다. 1만원 이상 수준을 요구할 여러 근거 중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을 소환했다. 올해가 현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인 만큼 문 대통령의 1만원 달성 공약 달성의 마지막 기회라는 주장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달성 시점은 2020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하며 공약 달성은 물거품됐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내 공약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올해 다시 노동계가 선봉에 서 공약 달성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매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1만원을 요구했다. 현실성이 있는 수치를 제시한다기 보다는 ‘1만원’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크다. 올해는 대통령 공약까지 앞세워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 이행이 민생보다 우선일 순 없다. 최저임금이 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민생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들고 출범한 현 정부는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초래했다. 2017년 7.3%였던 인상률이 2018년 16.4%로 폭등했다. 2019년엔 10.9%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이 10%대로 오른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주성 실험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그 결과 2020년엔 2.9% 인상에 그쳤다.
 
올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고,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 노동계 주장대로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올해(8720원)보다 14.6% 인상해야 한다. 현 정부 초기 두 자릿수 인상률이 불러온 악영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제도는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저임금 근로자, 즉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노동계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타격을 입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최저임금 과속은 온당치 않다.
 
이의신청 등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장만을 관철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요구안 제시로 취약계층 보호,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한 논의에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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