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발표한 ‘전(全) 도민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고, 경기도의회에서도 이 사안과 관련해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독 지급 범위에 대한 논쟁이 거셌던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두 달 넘게 이어진 여·야·정의 치열한 협의 끝에 소득 하위 88%로 매듭지은 부분이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유리한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소득 상위 12%를 포함한 1380만 도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도와 시·군이 각각 90%, 10%씩 재원을 부담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단 설명이다. 이 지사는 “보편지급의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도지사인 만큼 얼마든지 민생을 주관할 수 있다고 본다. 경기도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행정에 딴지를 걸 권리는 없다. 다만 전 국민이 이해관계로 엮여있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정부와 엇박자를 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은 형평성 논란과 직결된다. 불가피한 선별지급 결정 이후 “여유 있는 분들에 양해를 구한다”는 정부 호소에 공감하고 양보했던 소득 상위 12%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간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이 지사는 보편지급론을 굽히지 않았다. 지급 범위에서 제외될 고소득층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었다. 그의 신념대로 경기도에 한해서 역차별을 없애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지자체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여지가 충분하다.
 
또 이 지사는 “타 시도도 필요하면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무책임한 발언이다. 다른 지자체들이 곳간에 돈을 쌓아놓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아니다. 세상 어느 지자체장이 시·도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고 싶어 하겠나. 더욱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자체에겐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경기도 기준 소득 상위 12%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선 635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가정했을 때 수천억원이 필요할 수 있다. 무작정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재원 마련 및 재분배 과정에서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현재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할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긴 쉽지 않다. 이럴수록 자칫 국민 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 신념만으로 무장한 행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 부메랑에 다치는 건 국민들이다.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선 경기도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국민 고통 감내라는 대승적 목적인 만큼 전 도민 지급보단 고소득층 맞춤형 지원과 같은 방안을 찾길 바란다. 단순히 100% 지급이 아닌 100%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해법이 도출돼야 한다. 경기도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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