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주 기자
▲ 김찬주 기자
“학생, 깨끗하게 살 수 있죠”
 
2017년 1월, 대학 2학년이었던 당시 인근 원룸촌에서 월세 20만원짜리 작은 방을 어렵게 찾아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집주인이 처음 건넨 한 마디다. 추레한 운동복 차림이 이유였는지 외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거주환경은 청결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어 4년간 셋방 생활을 탈 없이 지냈다.
 
계약만료일인 이삿날, 집주인은 깨끗하게 지내줘서 고맙다며 다음에 꼭 놀러오라고 했다. 다행히 세입자도 금방 구해졌다. 입주 첫날 ‘불안함’을 품은 집주인의 한 마디는 계약종료일 ‘안심’과 ‘고마움’의 두 마디로 늘었다. 빈집을 보면 차기 세입자는 전 사람의 삶의 태도와 생활 방식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집주인은 내 생활상을 들여다본 듯 보였다.
 
2017년 5월9일, 이른바 ‘촛불정권’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 5년간의 청와대 관저에 세입(貰入)했다. 여기서 세입은 ‘세를 내고 남의 방을 빌리는’ 것이 아닌 헌법 제1조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에 의해 청와대에 세입한 것이라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닌 것 같다. 집주인이 국민인 셈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9일로 예정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이삿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은 청와대 다음 세입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중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커다란 혹도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토론회를 보면 여당은 각자 구도를 나눠 편을 만들었고, 야당은 여전히 정책적 토론보다 후보 공격에 몰두하며 사분오열됐다. 하지만 현 대통령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다음 대통령에 누구를 선택할지 국민적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회를 가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는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다. 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돌아보면, 박근혜 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만들어 낸 촛불혁명에서 이번 정권은 꽤나 순항할 듯 보였다. “기회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전 정권에 대한 불신(不信)으로 얼어붙은 국민의 가슴은 뜨거운 새 출발의 시동을 걸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출범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조국 자녀 입시비리 사태, 부동산 규제, 법무장관·검찰총장 갈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탈원전, 남녀갈등, 성(性)문제, 청년실업, 코로나19 경영난으로 인한 소상공인 극단적 선택 등 수많은 이슈들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대깨문’ ‘문빠’ 등 문 대통령에 대한 극성지지층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신조어까지 생기기에 이르렀다. 이들 중 일부는 ‘문재인을 믿고 찍었지만, 이젠 아니다. 대깨문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했다. 출범이후 불과 3년이 채 안됐던 시기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지난달 29일 한국갤럽이 같은 달 26일부터 28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역대 대통령으로서의 공과(功過)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62%)으로 나타났으나, 아이러니한 점은 ‘군사독재’라 비난받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했다’는 평가가 2위(61%)였다는 점이다. 민주정부라 일컫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수치다.
 
4년 전 이삿날, 머물다간 자취를 돌아보며 이만하면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집주인도 머물다간 자리를 보며 그의 생활상을 짐작해 고맙다고 말했다. 작은 월셋방 세입자도 그리할 진데, 국민의 선택을 받아 청와대에 들어간 대통령도 자신의 자취를 회상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러나 그 자취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한다. 다음 역대대통령 평가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문 대통령은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아울러 청와대에 다음 5년간 머물 세입자는 어떤 자취를 남길까.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국민은 물을 것이다. ‘대통령님, 믿어도 되겠죠?’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