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연 0.75%로 운용했던 기준금리를 1.00%로 끌어올리면서 1년 8개월간 이어진 ‘제로(0)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진 완화적 통화정책도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여러 경제 연구기관이나 증권가에선 한국은행이 내년 최소 두 차례, 많으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시장금리도 꿈틀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분(0.25%p)보다도 높은 수치다. NH농협은행의 발표는 아직 없지만 수신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얻을 효과를 생각하면 통화정책 정상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 금융불균형 누증, 부동산 가격 급증 등 한국 경제에 잔존한 여러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금리 인상이 경기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선순환 효과만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과 맞물릴 경우 서민의 이자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인 1845조원 규모까지 불어났다. 가계부채 급증은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뇌관으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도 본격적인 우상향 추세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연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가 6%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도 나온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담대가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자 부담이 폭발할 것이란 우려도 과한 게 아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승폭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이제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한 ‘영끌’이나 ‘빚투’ 행렬은 다소 잦아들겠지만, 그렇다고 서민들의 금융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 급격한 대출 증가세는 억제하되 기존 대출 보유자들의 피해 예방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에 연명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이자 부담 경감이 시급하다. 이자 부담은 소비 여력 감소로 이어져 경기 회복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최근의 금융당국 및 은행의 행태를 봤을 때 소비자 보호 노력엔 부족함이 보인다. 규제를 틈타 대출금리를 올린 뒤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은행이나, 시장 논리를 거론하며 뒷짐만 쥐고 있는 금융당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고통을 서민에게만 전가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통화정책 정상화가 경기 회복을 물론 각종 리스크 해소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등 앞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두터운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국내 금융 시장 전반을 책임지는 기관들이 ‘원팀’이 돼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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