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사무실. 사진=뉴시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사무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Over The Top)가 등장하면서 대중들은 공중파 콘텐츠에 시시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IPTV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대표주자들과의 협업에 나섰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월트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 거대기업들마저 OTT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판도가 뒤바뀐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현 상황을 ‘OTT세계대전’으로 지칭하고, OTT의 탄생배경과 그로 인한 긍부정적 영향, 국내 망 사용료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인 넷플릭스의 행보까지 3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 韓 망 사용료 분쟁, 유럽으로 번져
 
넷플릭스가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으로 글로벌 OTT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정작 한국에서 본격화된 망 사용료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주요 통신사마저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의 대형 콘텐츠제공업체(CP)에 망 사용료지불을 촉구하기 시작해, SK브로드밴드(SKB)와 진행 중인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주장이 힘을 잃어간다는 분위기다.
 
앞서 SKB는 자사가 구축한 국내·국제 데이터 전송망을 이용해 넷플릭스가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SKB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이용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데이터 병목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는 통신망 품질저하 현상을 겪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사는 망을 증설해야하고, 망 구축 및 유지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다.
 
SKB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넷플릭스와의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위에 재정을 신청했다.
 
이어 2020년 4월 넷플릭스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재정을 중단시켰고, 양사는 법적 공방을 펼쳤지만 올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넷플릭스는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고, SKB도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양사는 내달 23일 2심 변론 준비 기일을 앞두고 있다.
 
보다 못한 국회는 양사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개입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대형 CP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반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SKB 요청에 따라 재정 절차에 나섰으나, 넷플릭스가 방통위 중재안이 나오기도 전 SKB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화를 키웠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합리적인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언급했고, 연간 700~10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국내 CP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 챙겨봐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대형 CP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김상희 국회 부의장도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총 4개나 발의됐다.
  
우리나라에서 촉발된 통신망 문제는 해외로 번져 유럽 주요 통신사들도 통신망 부담을 촉구했다. 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텔레콤오스트리아, 텔레포티카, 오렌지 등 유럽 13개 통신사들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 대형 CP사들이 이용대가는 물론, 네트워크 구축·유지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유발되고 수익화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계획이 필요하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네트워크 비용에 공정하게 기여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23일엔 넷플릭스 항소에 따른 2심의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며, SKB 측 변호인들은 유럽 통신사들의 공동성명 발표와 미국 지자체와 넷플릭스 간 소송전 상황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초록색 운동복을 넷플릭스 CEO가 입고 있다. 출처=트위터
▲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초록색 운동복을 넷플릭스 CEO가 입고 있다. 출처=트위터
◇ “지불할 이유 없다” 이유는?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CP의 역할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있으며, 통신사와 상생 차원에서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임시 데이터 저장소(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 통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5일 세미나에 참석한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한국에 이미 많은 OCA가 구축돼 있어 망 이용료가 추가로 발생할 이유는 전혀 없고, 추가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규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OCA를 통해 콘텐츠를 국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권장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지자체와의 소송에서도 OCA의 역할을 주장했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법원의 랭캐스터 지자체-넷플릭스 간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OCA 네트워크를 통해 100% 영상 트래픽을 이용자들에게 전송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 통신사는 가까운 OCA와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라는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일본 캐시서버로, 그 다음 한국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전송 체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일본에는 접속료를 내지만, 전송에 대한 대가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SKB는 “넷플릭스가 (같은 조건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ISP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볼머 디렉터는 "국내 CP들이 국내 ISP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이유는 국내 ISP로부터 서비스(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가 없으며, 넷플릭스가 국내 ISP와 연결되는 방식은 국내 CP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볼머 디렉터는 "과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냈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내지 않는다"며 기존 '망 사용료를 낸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 측 주장에 상반된 설명을 했다. 그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당시엔 OCA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식 의원은 "시대가 바뀌고 있고, 새로운 법칙이 필요하다"면서 "트래픽을 유발시킨 사업자가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CP의 국내 진출로 통신망 병목현상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도 주간 이용자 수 101만 명을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해 OTT 시장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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