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이상 고가 주택 이상 거래 7780건 중 위법 48.7%
편법 증여·법인 자금 유용 따른 국세청 통보 건수 2670건
서울 강남구 361건 ‘최다 적발’…서초구·성동구·분당 순
‘아빠·할아버지 찬스’에 편법 대출 의심 사례 다수 나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치솟은 부동산 매매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진 가운데 최근 편법 증여·대출 등을 통해 고가 아파트를 매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 7만6107건 중 이상 거래로 분류된 7780건을 조사한 결과 3787건(48.7%)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해당 거래가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이번에 적발한 위법 의심 거래 중 편법 증여와 법인 자금 유용 등으로 국세청에 통보된 건수는 2670건에 달했다. 계약일 거짓 신고, 업·다운 계약 등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된 것도 1339건이나 됐다.
 
대출 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위원회(금융위)와 행정안전부에 통보된 건수는 58건이었고, 법인 명의 신탁 위반, 불법 전매 등으로 경찰청에 통보된 사례도 6건이었다.
 
편법 증여 의심 거래는 전체 연령대 중 30대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 1269건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 △20대 170건 △10대 이하 2건 순이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5세 어린이가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 증여 받은 것으로 의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서초구 등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위법 의심 거래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 강남구가 361건으로 최다 적발 지역으로 꼽혔고, 다음으로 △서울 서초구 313건 △서울 성동구 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 209건 △서울 송파구 20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지역들은 단순 위법 의심 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 거래량 대비 위법 의심 거래 비율도 대체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가 5.0%로 가장 높았고, △서울 성동구 4.5% △서울 서초구 4.2% △경기 과천시 3.7% △서울 용산구 3.2% 등으로 나타났다.
 
▲ 고가 아파트 거래 중 법인 자금 유용 및 편법 증여 의심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 고가 아파트 거래 중 법인 자금 유용 및 편법 증여 의심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에는 이른바 ‘아빠 찬스’를 통해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가 다수 발견됐다.
 
20대 매수인은 부친의 지인으로부터 서울 소재 아파트를 약 11억원에 거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문제는 매수인 대신 그의 부친이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을 합의했을 뿐 정작 매수인은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는 명의 신탁이 의심된다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만약 혐의가 확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또다른 매수인은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하면서 부친이 대표인 법인으로부터 약 7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법인 자금 유용과 편법 증여를 의심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통보 자료를 토대로 탈세 혐의 여부를 살피고, 만약 혐의가 확정되는 경우 세무 조사를 통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할 방침이다.
 
편법 대출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부산 소재 아파트를 29억원에 사들인 매수인의 경우 기업 자금 대출(운전 자금 용도)로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대출 용도 외 유용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국토부는 해당 사례를 금융위에 통보했다.
 
금융위는 대출 분석·조사를 통해 유용 혐의가 확정될 시 대출금을 회수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를 엄밀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법인의 다주택 매수 행위나 미성년자 매수,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 간 직거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기획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적극 적발할 것이다”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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