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사업단, 15일 0시부터 공사 전면 중단
재건축 조합, 공사비 증액 계약 취소 ‘맞불’
건설 노동자 4000여 명, 하루아침에 길바닥
일반 분양 물량 4786가구, 연내 공급 안 돼
업계 “청약 기다려 온 수요, 해소 안 될 듯”

▲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 건설사들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재건축 초대어라 일컬어지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이 끝내 중단됐다. 이에 당장 살 길이 막막해진 건설 노동자들이 이번 사태 해결과 고용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청약을 기다려 온 실수요자들의 허탈감도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공 건설사에 건설 노동자의 고용 대책 마련 및 공사 중지 철회 등을 요구했다.
 
서울건설지부는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일해 온 건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고용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아파트를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프레’와 부대시설을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사업이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 사업단이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이달 15일 0시를 기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갈등의 주된 원인은 공사비 증액을 꼽을 수 있다. 당초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비는 2016년 조합 총회에서 2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2019년 12월 총회,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의 두 차례 검증 등을 거쳐 2020년 6월 약 3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HUG 분양가 수용을 두고 내홍이 발생하면서 같은해 8월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들어선 새 조합 집행부는 2020년 6월 증액된 공사비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2019년12월 총회에서 공개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 사업단이 조합에 적법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공사가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 현장 건설 노동자 고용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위 중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조합원.
▲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 현장 건설 노동자 고용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위 중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조합원.

조합과 시공 건설사들이 서로 팽팽히 맞서면서 애꿎은 건설 노동자들만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김창년 서울건설지부장은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는 4000여 명의 건설 노동자가 일해 왔다”며 “건설 현장은 우리에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생존의 일터다”고 호소했다.
 
건설 노동자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 사업단이 이달 15일부터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가자 조합은 같은달 16일 총회를 열고 2019년 12월 조합 전임 집행부가 의결한 공사 계약 변경을 취소하는 안건을 94.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시공 건설사들이 공사 중단으로 엄포를 놓자 조합은 공사비 증액 취소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질 경우 이달 25일 또 한 차례 총회를 열어 시공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공 사업단은 “조합에게 일방적으로 해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공 계약을 해지하려면 법원에서 ‘시공 사업 해지권’을 놓고 다퉈야 하는데, 조합이 시공 건설사의 귀책 사유를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만 승소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편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서울 주택 공급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을 통한 일반 분양 물량은 무려 4786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연내 분양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으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 청약을 기다려 온 수요를 해소할 수 없게 된다”며 “추후 서울의 집값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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