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이 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절세 매물 증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 말 이후 9주 만이다.

서울 강북구(-0.02%)와 동대문구(-0.01%), 도봉구(-0.02%) 등 강북권에서 아파트 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로 강세를 보이던 용산구는 이번주 0.03% 올랐으나 지난주(0.05%)에 비해 오름세가 둔화됐다.

수요가 높은 강남권 중에서 서초구와 강남구의 이번주 아파트 가격은 각각 0.01% 상승했다. 그러나 매물 증가로 인해 지난주(서초구 0.04%, 강남구 0.02%)보다 상승 폭은 감소했다.

잠실 일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어난 송파구의 아파트 값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0.01%를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과 관련해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으로 시장에 급매물이 증가한 데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서 매수세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1462건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밝힌 올 3월 31일 5만1537건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두달 만에 1만건이 증가한 것이다.

이렇듯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과 달리 거래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1061건으로 1년 전인 지난해 같은달 4901건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까지 풀어주겠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할 뜻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이 지목된다.

앞서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을 포함해 올해에만 기준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p 인상했다. 이에 현 기준 금리는 1.75%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가계 대출 금리도 8년 만에 4%를 돌파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올 4월 예금 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올 3월보다 0.07%p 오른 연 4.05%로 확인됐다. 이는 2014년 3월 연 4.09% 이후 최고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3.90%로, 2013년 9월 3.97%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연말께 주담대 상단이 7%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싼 대출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보유 가치가 높은 매물이 아니면 구입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매물 증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서울 아파트 값 감소세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인 거래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긴 했으나 대출 한도가 적용된 탓에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금리도 연거푸 올라 대출 부담이 커진 만큼 매수세 위축에 따른 집값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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