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사례 1> : 서울 사당동 먹자골목 호프집. 코로나 사태 이후 장사가 잘 안되던 이 호프집에서 일하던 50대 후반 아주머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은지 1년반이 넘었다. ‘몸이 편찮은가’ ‘나이가 많아 일을 그만뒀나’하고 지나쳤다.
 
며칠 전 그 아주머니가 홀을 휘저으며 다시 서빙하고 있었다. 잠시 숨돌릴 틈을 찾아 아주머니를 우리 테이블로 불러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아 ! 우리 일행은 감동이었다. 그녀가 존경스러웠고 감사했다. 그가 1년반 가량 일을 그만둔 사연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당시 호프집 영업이 잘 안되니 홀 서빙 인력을 줄여야 했다. 사장님은 누굴 내보낼지 고민에 빠졌다. 그때 그 아주머니가 “내가 쉴게 ... 형편이 어려운 신림동 언니를 내보내서도 안되고, 겨우 겨우 알바로 학비 마련하는 딸내미 같은 김양을 자를 순 없잖아요...”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가 쉬기로 하고 신림동 언니와 김양은 그간 계속 일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영업이 다시 회복되자 아주머니가 일터로 컴백했다. 사실 그 아주머니 사정도 어렵긴 매 한가지인 상태다.
 
<사례 2> : 방배동 뒷골목 상가 삼겹살집에서 2년 전 60대 여사장과 동년배 주방 아줌마가 부등켜 안고 울던 사연은 이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언니, 사정이 조금만 나아지면 다시 우리 함께 일하자”는 사장과 내일부터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주방 아줌마의 눈물범벅 작별 장면에, 옆에서 소주 마시던 필자 일행도 함께 눈물 흘린 적이 있다.
 
며칠 전 들른 이 삽겹살 집은 주말이어선지 홀 3분의2 가량이 차 있었다. ‘오랜만에 장사 같은 장사를 한다’며 즐거워하는 이 식당 주방 안에는 눈물 흘리던 그 주방 아줌마가 바쁜 손놀림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두 ‘할머니 친구’들이 다시 뭉쳤다. 브라보!
 
눈물 나게 아름다운 서민들의 삶
 
<사례 3> : 주택가에서 부부가 함께 열심히 일하는 빵집 사연. 그들은 30대 초반이다.
너무 열심히, 너무 성실하게 일하는 그들이 가상해 나는 항상 그 집에서 빵을 산다.
 
그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식빵 한 봉지 값을 석달 전에 50원 올렸는데 그 사이에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또 값을 올리기도 그렇고 안올리기도 힘들고... 고민이 많다.
 
우릴 믿고, 사랑하며 이용해 주시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석달 만에 또 값을 올린단 말인가...

고객이자 이웃 걱정에 빵집 젊은 부부는 요즘 잠을 못이룬다.
 
<사례 4> : 남대문시장 상가 주인과 세입자 얘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가 월세가 주 수입원인 상가 주인 A씨는 1년 반 전 세입자와 월세 조정으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코로나 사태로 일본인 중국인 손님이 뚝 끈기면서 시장 경기가 최악이었다. 월세는 커녕 전기료 관리비도 벌기 힘든 상황이었다
 
가게 주인은 월세를 반절로 깎아줬다. 세입자 사정을 들으니 도저히 월세 받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형편이 좀 나은 내가 고통을 분담해야지”라고 생각했다.
대신 “경기가 살아나면 꼭 은혜를 갚겠다”는 약속은 세입자가 먼저 했다.
 
요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자 세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달부터 월세 쬐끔 올려 보내드렸어요. 고맙습니다”
 
우리네 서민들은 이렇게 살아간다. 훈훈한 인정이 넘친다. 어려울수록 이웃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들을 갖고 산다.
 
서민들의 아름다운 삶은 어디 이 뿐이겠는가.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 네 개의 사연을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정치권을 향한 아우성‘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정치하는 분(者-놈)들 반성해야
 
입만 열면 ’조국과 민족을 ...‘ ’국민을 위하여...‘라고 외치는 정치하는 분(者 - 놈)들은 반성해야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할 것 없이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인인가.

더도 말고 덜고 말고 위에 소개한 서민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10분의1만 닮아도 우리나라는 살맛 날 텐데...
 
차제에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도층을 견제할 시민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견제할 장치가 없다 보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영달과 자리 보전에만 눈이 먼 정치인들을 감시 감독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법으로 만들 수 없다면 시민운동 차원의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과거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같은 NGO 형태도 좋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각계의 존경받은 인사들이 힘을 모아 국민과 함께 권력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활발하던 시민활동이 시들해 진 것은 과거 시민운동가들 상당수가 권력에 빌붙음으로 해서 본분을 일었기 때문이다.

새로이 NGO가 출현한다 해서 국민적 호응이 일 것인지는 다소 회의적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치권을 방기(放棄)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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