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온 기자
▲ 김시온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발 식량 위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식량 자급률이 급속도로 감소해 식량안보와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생업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 농축산식품 주요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 식량 자급률은 지난 1990년도 기준 70.3%에서 꾸준히 줄어들어 2020년에는 약 45.8%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쌀과 밀, 콩 그리고 옥수수 등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 역시 1990년 기준 43.1%였으나 2020년에는 20.2% 수준으로 감소했다. 

쌀의 경우에는 90% 이상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으나, 쌀을 제외한 국내 주요 소비 곡물들인 밀과 콩 그리고 옥수수의 경우 현저히 낮은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의 경우 밀이 0.7%, 콩은 26.7%, 옥수수는 3.5% 정도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면 해당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 사료용 곡물 포함 시 밀은 0.5% 콩은 6.6% 옥수수 역시 0.7%로 현저히 낮은 자급률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현재 쌀을 제외한 대다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과 같은 국제 이슈가 발생 시 국내 식량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나의 예로 이번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내 삼겹살 가격 폭등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한돈의 주요 사료로 사용되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2020년 12월 기준 kg당 209원에서 올해 2월 기준 394원으로 오르자 국내산 삼겹살 역시 지난해 동일 대비 19.4%가량 폭등했다.

식량 자급률 감소는 농·축·수산업 시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이 같은 현상은 업계 종사자들의 생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1990년도 한국의 농가 인구는 약 666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5%를 차지했으나 지속해서 줄어 2020년에는 약 23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4.5% 가량을 차지한다.

수산업 인구 역시 1990년도 기준 약 49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했으나, 지속적인 감소로 2020년에는 9만7000명이 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이렇듯 농·축·수산업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들은 생업을 잃어버리거나 포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종사자들의 연령층 역시 크게 변해 고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1990년도 기준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주요 연령별 농가 호수 통계를 살펴보면 총 176만7000호 중 39세 미만 농가가 14.6%, 40세에서 49세 농가는 21.1%, 50세에서 59세 농가는 33%, 60세에서 69세 농가가 22.8%, 70세 이상 농가는 8.4%로 비교적 균등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기준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주요 연령별 농가 호수는 전체 103만5000호 중 39세 미만 농가는 1.1%에 불과했다. 40세에서 49세 농가 역시 6%로 작은 비중을 차지했다. 50세에서 59세 농가는 19.5%, 60세에서 69세 농가는 33.6%, 마지막으로 70세 이상 농가가 3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90년대 농촌사회는 39세 미만부터 70세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이 존재했으나, 최근 들어 농촌사회는 70세 이상 노령 종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농·축·수산업의 생산성 등은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로 RCEP와 CPTPP 그리고 IPEF 등의 국제 경제협력을 추진해 식량 자급률을 감소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RCEP는 중국을 필두로 10개국의 아세안이 참여한 경제협력기구로 지난 2020년 타결했다. 이후 올해 2월 1일부터 국내에서도 정식 발효됐다.

RCEP 참여국의 인구 합은 총 22억7000명 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RCEP 체결 후 10년이 지나면 실질 GDP가 1.7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해당 협력 기구에는 관세 철폐를 비롯해 농·축·수산물의 개방률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식물 위생·검역(SPS)의 구획화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권과 동식물의 질병 및 바이러스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PTPP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농민들의 계속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CPTPP는 RCEP를 포함해 한국이 체결한 17개의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률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기존 회원국 가운데 농·축·수산업이 한국보다 더 활성화된 국가들이 많다는 점에서 큰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수산물의 개방률이 높아지면 국제 농·축·수산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유통될 것이며, 한국에 비해 인건비와 땅값이 저렴한 회원국들의 농·축·수산물은 당연히 국내 산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보일 것이다.

이는 국내 농·축·수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IPEF는 앞선 두 가지 협정과는 다른 성향을 띄고 있지만 농·축·수산업과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관련 종사자들이 현재 협상 중인 CPTPP와 IPEF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 농·축·수산업계의 의견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국제 경제협력을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는 농·축·수산업이 일부 국민들에게는 생업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국제 경제협력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농·축·수산업 종사자들과의 심층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농·축·수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규모 확인이나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과정들 없이 현재와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국내 생업을 포기하는 농·축·수산업자들이 증가할 것이며, 국내 식량 자급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식량자급률의 저하는 곧 국가안보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태국의 수확량 저하 등의 이슈가 발생하자 곡물 수출국인 인도는 자국의 식량 안보 문제로 수출에 제한을 둔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도 국제 정세에 따라 발생하는 식량 수입난에 대한 대책 방안 등을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