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다같이 죽는다”는 警告 새겨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올 여름은 숨막히는 찜통더위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무려 16일이나 빠른 지난 7월 3일 폭염경보(일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가 내려졌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2도(경기 시흥은 37.8도)를 기록한데 이어, 현재까지 한 달 째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연이은 무더위로 올해 온열 질환자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 질환자는 885명(사망 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160명) 늘어났다.

다른 지역의 사정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빙하(氷河)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 온도 상승과 함께 마른 겨울이 지속되면서 고지대 만년설(萬年雪·1년 내내 쌓여있는 눈)이 계속 줄어 빙하의 손실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 문제가 국가 간 국경선 분쟁(스위스-이탈리아) 같은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6일 스위스 빙하감시센터와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유럽 알프스의 빙하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알프스 지역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의 경우, 경계선이 하루 5㎝씩 축소되면서 6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고 있다고 한다. 만년설과 얼음층의 두께는 지난 수년 새 200m나 얇아졌고, 계곡을 따라 아래로 쭉 이어지는 빙하의 끝부분(빙하설·氷河舌)은 무려 3㎞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가 이렇게 빠르게 녹는 것은 여름이 더욱 더워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해마다 ‘마른 겨울’이 반복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 지역의 겨울 적설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빙하가 여름 햇살에 노출되고, 빙하가 눈으로 다시 보충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이런 속도라면 2100년쯤이면 알프스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달전에는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마르몰라다산(3343m)에서 녹은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등산객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 10, 실종 1, 부상자 8명)

빙하와 만년설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린란드는 최근 낮 온도가 15.6℃까지 올라가면서 섬 전체를 뒤덮고 있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맨땅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엄청난 물이 흘러내리면서 폭포와 대형 물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국립눈과얼음정보센터는 “지난 달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그린란드에서 녹아 없어진 빙하가 180억t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구가 날이 갈수록 급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유례없는 불볕더위가 전 세계를 휩쓸며 미처 폭염 대비를 하지 못한 국가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름에도 서늘해 에어컨 보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영국에서는 올여름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며 ‘에어컨 구매 대란’이 벌어졌고, 일본에서는 ‘열사병 보험’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냉방 시 상점문을 닫으라’는 지시까지 내놓았다.

지난 달 19일 영국 중부 링컨셔주 코닝스비 온도가 40.3도까지 치솟았다. 1659년 여름 기온 공식 관측이 시작된 이래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섰다.

이에 영국은 사상 처음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4단계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7월 평균 기온이 20∼25도인 영국은 그야말로 ‘패닉(panic)’에 빠졌다. 철로가 휘고, 전선이 늘어지는 것은 예삿일.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늘어나며 응급 신고 전화가 일주일 만에 10배 증가했다. 단지 5%의 가정에 에어컨이 설치된 영국의 실정인지라,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피해가 더 극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때 이른 열사병 환자가 줄을 잇자 ‘열사병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미토모(住友) 생명의 한 자회사가 출시한 열사병 전용 보험은 지난 6월 29일부터 단 3일 만에 신청 건수 6000건을 돌파했다.

총무성 소방청은 지난 6월 열사병으로 구급 이송된 인원이 1만5657명으로, 소방청이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27일∼7월 3일 일주일 동안에만 1만4353명이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6월부터 도쿄(東京) 기온이 35∼36도를 넘나들고 있다.

최고 기온이 37.8도를 넘은 미 보스턴에서는 지난 24일 예정됐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대회를 8월로 연기했다. 보스턴시는 시내에 10여 곳의 ‘냉방 대피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상 고온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곳곳은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며 40도를 넘는 더위에 펄펄 끓고 있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쉽게 잡히지 않는 대형 산불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연일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45도 이상 치솟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열사병 등에 의해 2100명 이상이 숨졌다.

불볕 더위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도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 면적의 2배가 넘는 4만ha, 이탈리아 2만7000ha 등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 유럽 대부분 지역을 휩쓸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작은 산불('오크 화재')의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주민 6000여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리스 유명 휴양지 레스보스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화재가 발생해 관광객들이 대피했다.

계속된 불볕더위로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유럽에선 스위스 등 여러 곳에서 수돗물 사용 제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더위를 식히려 물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 수돗물을 식수와 샤워 등에만 쓰도록 하는가 하면, 미장원에서 머리를 두 번 이상 감지 못하게 제한하는 고육책까지 등장했다.

식수로 공급되는 수돗물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청소 등을 하거나,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물 공급을 중단하는 곳도 많다. 스위스의 경우, 가정용 수돗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면 최대 1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35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과학자들은 이례적인 폭염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화석 연료 남용이나 대규모 공장형 목축 과정에서 급증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촉진했고, 이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폭염의 '잔혹성'을 더 키웠다는 진단이다.

반면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 "지금이 기후 행동의 결정적 10년이 되어야 한다. 다같이 협력하거나 다같이 죽거나.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이 전 지구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상 고온에 따른 가뭄, 대형 화재 등으로 세계 밀의 17.6%를 생산하는 EU는 올해 추정 수확량을 500만t 낮췄다.

동아프리카의 빈국 소말리아에서 최근 수 십년 이래 최악의 기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난 24일 유엔(UN)이 경고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현재 770만여 명의 소말리아인이 기근(飢饉)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십만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말리아와 남수단, 케냐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2020년 이후 봄·겨울에 해당하는 총 네 번의 우기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농업과 축산이 황폐해졌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식량위기 가능성은 더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전 세계 인구는 나날이 늘어가는데 이상기후로 인해 더 잦은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이 발생함에 따라 안정적인 식량 생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면서 기후변화로 온대성 지역인 한반도에서 아열대성 과일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빨라져 국내에서 나는 농수산물 상당수가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국내 평균 기온은 약 1.8°C 상승했다. 지금까지 이어온 온실가스 배출량 추세가 지속되면, 21세기 말 국내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4.7도 올라갈 전망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기후변화는 심각해진다. 폭염 일수는 현재 10.1일에서 35.5일로 급증하고, 더 잦은 홍수와 태풍이 발생하게 된다. 온도 상승에 따라 병충해도 증가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진다.

전통 작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사과, 배, 포도 등은 50년 뒤에는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질 수도 있다.

농수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이상기후 현상들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생태계가 변화해 농경지나 산에서 자라는 식물종과 바다에 서식하는 어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만 보더라도 재배지로 유명한 대구·경북에서 생산했던 과거와 달리 강원도 정선에서 고랭지 배추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농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사과 재배 한계선도 북쪽으로 점점 올라갔으며, 이 추세라면 2090년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 보고서는 수 십년 내로 쌀은 수확량의 25%, 여름 감자는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식량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연간 1600만톤의 식량을 수입으로 의존하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이자 식량위기에 취약한 곡물 수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로 미국(120.1%), 중국(91.1%)는 물론 일본(27.3%)에도 크게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불규칙한 날씨로 인해 전염병과 해충이 늘면서 수확량이 급감하는 것도 문제다. 과수화상병 피해 농가는 불과 5년 사이 10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고, 피해 면적 역시 6배 넘게 폭증했다. 이는 기온 상승이 식재료에 끼치는 직접적 피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해충에 대한 피해도 커진다. 일례로 기온이 올라가고 장마가 길어져 고온·다습해지면 메뚜기들이 활동하기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지난 2020년, 4000억 마리의 ‘사막메뚜기’가 아프리카 동부 케냐와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쑥대밭이 됐다. 원인은 기후 변화 등으로 건기 우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가 동시에 땅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0)는 메뚜기 떼가 이대로 더욱 창궐하면 전 세계 전체 인구의 10%에게 식량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꿀벌 실종은 생태계 파괴로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다. 실제 올해 정부 추산으로 전국에서 39만 벌떼,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됐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수분(受粉·꽃가루받이) 매개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 세계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의 생산에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해외 연구팀이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농업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자료를 보자.

한 저명한 해외 연구팀이 1961년부터 지금까지 전 지구 농업 생산성에 대한 기후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성이 21%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최근 7년간 기술 발달 등으로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증가한 수치와 맞먹는 값이다.

더 큰 문제는 농업 생산성이 갈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생산성을 분석하면서, 농업 생산성이 과거보다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 이상 오른 현재, 앞으로의 온도 상승은 같은 0.1℃라도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걱정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전체 쌀 생산량은 감소했다. 벼 재배 기술의 향상, 농기계 발전 등이 전보다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을 늘렸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해 전체 총생산량은 감소한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 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를 상정한 RCP(온실 가스 농도 미래 추정치) 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090년쯤엔 쌀 생산량이 4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작물들 역시 타격이 있는데, 콩은 당장 2030년부터 고온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50년쯤의 우리나라 온도 조건에서 콩을 직접 재배해봤는데, 콩 알갱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원은 35℃가 넘는 기온이 지속되면 농작물들이 생장에 사용해야 할 유기물들이 호흡에 사용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장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단순 기온 상승의 효과만으로도 생산성 감소를 확인했다“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상기상(태풍, 폭우, 가뭄) 현상이 더해진다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변화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온도변화에 민감한 주요 작물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은 점차 남부지방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며, 2040년에 이르면, 국내 주요 농작물은 기존 열대작물인 망고, 용과, 코코넛 등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는 늘 갑작스럽고, 인류가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서 다가온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스마트팜(smart farm, ICT를 농업기술에 접목, 자동 원격으로 농작물·과일·가축 따위를 키울 수 있도록 조성한 농장) 보급이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재배 면적 등이 감소해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품종 개량 등 기술 발전이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생산량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에서 식량 수입도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이어진다면 2050년대엔 지난 2010년에 비해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지고 겨울은 30일 정도가 줄어든다.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RCP 8.5 시나리오에선 2100년쯤엔 우리나라에 강원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된다.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위해 기후를 쫓아갈 과학기술의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과 강원 지역으로 북상했다. 지구온난화로 ‘과일 지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최근 100년 동안 기온이 1.5℃ 상승하면서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치(0.74℃)보다 높다.(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는 지금같은 추세면 210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5.7℃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치 4.6℃보다 무려 1.1℃나 높은 수치이다. IPCC는 지구 온도가 2℃ 이상 오르면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 명이 죽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식량 생산도 4분의 1 감소해 전쟁까지 발발할 가능성도 점쳤다.

연평균 5.7℃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수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지금같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한반도의 겨울은 짧아지며 봄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무더운 여름은 길어질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더이상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RCP 2.6(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이상적으로 성공한 경우) 시나리오에선 현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기후정책에 고강도 저감정책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저감이 없이 기온 상승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선 겨울 그리고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식량 위기와 관련한 유엔의 섬뜩한 경고이다. 이제 인류가 더이상 핑계를 대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폭주기관차 같은 지구의 열기를 누그러뜨리는 일에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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