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한국은행이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기침체를 감수하기로 하고 사상 처음으로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0.25%p 추가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보다 낮았던 한국의 기준금리가 2.5%로 올라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같아졌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9월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대폭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양국간 금리는 재차 역전될 것이 확실하다. 연준은 내달에 금리를 0.5%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고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높인다. 가뜩이나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 증가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더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 하루하루 고민을 안고 살아기는 일용직 등 서민들을 비롯해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와 ‘영끌’족 등의 삶이 무척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것은 물가를 잡는 것이 경기침체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유가와 곡물값 등의 하락으로 소비자물가가 10월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초까지는 5~6%대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고 향후 1년 물가 상승률 예상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3%로 매우 높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전망도 함께 수정했다.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대로 올려 잡은 반면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서 2.5% 이하로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로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 기조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수원 3모녀 사건처럼 생계가 막막한 계층의 극단적인 선택이 줄을 잇지 않을 까 우려된다.
 
특히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의 강한 상승세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이 증대되는 이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중 갈등 고조 등과 겹쳐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근의 환율 상승세가 워낙 강해 추세적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서 환율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막기 위해 7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0.5%p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고물가로 인해 임금 인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고 이로 인해 임금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재차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불안한 경기 상황과 채무자들의 부담 과중을 고려, 소폭 인상하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동안 2%p나 올라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1년 새 약 27조원이나 불어나게 됐다. 금리는 앞으로도 추가인상이 불가피해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이로 인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적인 현상으로 대두된 달러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로 바뀌기 위한 필수 요건인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과 유럽의 에너지 공급 개선,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등이 연말 이후에나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역외의 투기적 거래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달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양국간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급속한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0년 만에 40%선을 돌파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3억3000만달러 늘었다고 하지만, 0.07% 증가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더구나 최근의 달러 강세 기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높아질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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