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택 기준 과감히 올려 규제 풀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투데이코리아=김성기 부회장 |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은 공급부족이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분야 강령에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1주택 원칙으로 내집마련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1가구1주택 도그마의 망령은 문 정부 내내 주택정책 저변을 장악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징벌적 과세를 강행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문 정부와 민주당은 그해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의 절반 이상이 다주택자로 밝혀졌다. 또 장관 17명 가운데 10명이 다주택자로 드러나 청와대가 앞장서 1주택 초과분을 처분하도록 고위공직자들에게 요구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두 채 이상 보유 공직자들은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다. 서울 반포와 비수도권인 청주시에 2주택을 갖고 있던 노 실장은 이듬해 이를 정리하면서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고 반포의 ‘똘똘한 한 채’를 남겼다. 부동산의 내로남불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지역 민심까지 악화시켜 후일담이 자자했다.
 
경직된 1가구1주택 적용은 지방경제를 위축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지방은 그 충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중소도시와 농촌은 신생아 출생이 갈수록 격감하고 인구 고령화와 함께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 고시했다. 경제활동 인구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주택 매입도 대도시 ‘똘똘한 한 채’에 쏠려 지방주택은 찬밥 취급을 당하기 마련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 보면 지방에 소재한 주택부터 거래가 위축된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도 얼마 전 내림세로 돌아섰으나 지방주택 시장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 오래다. 중소도시 외에 6대 광역시까지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가족 일부가 귀향하거나 농어촌에서 새 출발을 모색하려는 은퇴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종부세와 재산세 중과다. 서울 집을 남겨두고 지방을 오가며 생활하기 위해 주택을 사고 싶은데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 세금을 중과하는 정책이 꺼림직하다는 반응이 많다. 현역에서 물러났다지만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노후 대책까지 세운 은퇴자들이 지방을 찾아 집을 마련하고 돈을 써야 경제에 도움이 될 터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새 정부가 세제를 바꿔 일정 요건을 갖춘 지방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언제 이뤄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또 정권이 바뀌면 1주택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게 아닌지 경계심도 남아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양도세와 종부세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농어촌·고향 저가주택 기준을 현행 공시가 2억원 이하에서 공시가 3억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수도권이나 조정대상 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이 주택을 취득하기 전부터 보유해온 일반 주택을 매각할 때 농어촌·고향 주택을 주택 수에서 빼주는 내용이다. 또 1가구1주택자가 공시가 3억원 이하 지방주택을 추가로 보유한 경우 종부세 산정시 지방주택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도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부분 광역시와 특별자치시는 과세특례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종부세와 재산세 중과 완화를 제시했던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원안대로 정기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압도적인 국회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은 정부 세제개편안을 ‘부자감세’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과세특례 적용이 지방 부동산 투기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동향도 제시했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난과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방도시들은 투기부터 경계하는 반대 논리를 실정 모르는 기우라고 일축한다. 차제에 정부가 1가구1주택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한층 과감하게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세특례 대상 기준을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에서 더 올리고 적용 지역도 확대하도록 요구한다.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대부분 광역시를 제외한 배경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부터 다주택 보유를 ‘죄악’이라는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 주택시장의 순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정책에 반영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한층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세제개편안이 알려진 이후 일부 지역에서 3억원 이하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필요하면 해당지역에 한해 핀셋 규제를 가할 수단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일부 특이동향을 전체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기관을 이전해놓고 유령도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지방경제를 압박하는 세금 중과와 규제부터 완화하는 게 지름길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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