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길에 오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유엔(UN) 총회 등 굵직한 행사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과 관련해 특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한·미·일 정상들이 세계적인 행사들에 모두 참석키로 한 만큼 정상 차원의 소통 창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세계 각국 정상 집결…세기의 조문 외교 펼쳐질 듯
 
12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첫 방문지인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지난 70년 간 영국을 이끈 역사적 지도자를 추모하고, 영국 국민과 왕실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앞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00년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을 두고 ‘세기의 조문 외교’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지도자들이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 의사를 밝혔고, 나루히토 일왕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장례식에 참여키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가능한 한 참석하겠다”고 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 유럽연합(EU)의 주요국 지도자들 역시 런던에 올 것으로 보인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비롯해 56개 영연방 국가에서도 총리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전망이다.
 
사실상 전 세계 정상들이 영국 여왕의 장례식으로 모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각국 정상 간 외교 무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세계 국가원수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서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자유와 평화를 위한 국제 사회의 연대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이달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대통령실
▲ 이달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대통령실

◇尹, 유엔 총회서 기조연설…美·日 정상과 양자회담도 추진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이달 20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번 유엔 총회의 주제는 국제 사회가 전례 없는 전환점인 ‘워터쉐드 모멘트(분수령)’에 놓여 있다는 판단 하에 복합적인 도전에 대한 변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제 사회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바탕으로 자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는 세력의 도전에 의해 위축될지 판명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은 국제 현안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 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내용 못지 않게 미국, 일본 정상과의 양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재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3~4개 국가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양자회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성사될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한·미 정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의회는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제정한 바 있다. 북미산 전기차 가운데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의 비율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 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문제는 IRA 시행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국산 전기차 5개 모델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모델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급속도로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IRA 시행으로 매년 10만여 대 규모의 국산 전기차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RA와 관련해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 당시 미국 측에 우려를 해소하길 강조했고, 미국 측에서도 상세하게 들여다보겠다고 입장을 표했다”며 “중요한 사안인 만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 한·일 관계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도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올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하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도의 한·일 양자회담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양자 정상회담이 될지, 아니면 풀어사이드(약식 회동)가 될지 모르겠으나 현재 회담을 추진 중이다”면서도 “다만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최종적인 말씀은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확정되는대로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강제 노역 피해자 소송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의 첫 회담을 희망하고 있다”며 “일본은 징용공(강제 노역 피해자) 소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검토한 다음 판단할 예정이다”고 보도했다.
 
▲ 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尹,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핵심 광물 공급망 논의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캐나다를 찾아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김 실장은 “캐나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제2의 광물 자원 공급국이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이차전지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생산국이다”며 “게다가 인공지능(AI) 기술 산업 발전 및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캐나다 방문 및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공조를 심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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