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KAMA 회장, 존 보젤라 AAI 회장과 만나
국내 車 업계 우려 전달…미국 측 걱극 협조 당부
정만기 회장 “한국산, 미국산과 동등하게 대해야”
보젤라 회장 “美 정치권 설득에 노력 기울이겠다”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산 전기차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국산 전기차의 성장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완성차 업계는 큰 피해가 우려되는 IR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섰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3일 정만기 KAMA 회장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존 보젤라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IRA 시행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IRA 발효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대해 문의했다.

보젤라 회장은 “IRA 시행 이후 아직 의미 있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매자들의 전기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나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재고 부족,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차질 등을 겪고 있어 앞으로 수개월 간 전기차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IRA의 시행으로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내 판매 중인 72개 전기차 모델 중 무려 70%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AAI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AAI는 배터리 부품의 북미 제조 등 조건으로 인해 IRA에 의한 세제 지원이 실제로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30년까지 전 차량의 40~50%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미 정부의 기존 목표와 배치되는 것이다.

보젤라 회장은 “전기차 세제 지원은 크게 산업 전환과 소비자 구매 부문으로 구분된다”며 “이 중 산업 전환 세제 지원은 관련 업계와 함께 1년 이상 논의와 작업을 거쳐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IRA에 의한 소비자 구매 세제 지원은 미 의회에서 1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마련돼 AAI조차 놀랐다”며 “관련 업계나 미 행정부도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미 의회의 IRA 입법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대해 “중국의 잠재적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감안할 때 단기 차원의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는 미국 내 전기차 산업 기반 확대에 정책의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젤라 회장은 “IRA는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미국 내 전기차 산업 기반 확대와 중국의 잠재적 전기차 시장 지배력 견제에 목적이 있다”며 “이 점에서 KAMA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된 OICA Round table에서 발표하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된 OICA Round table에서 발표하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미국 내 전기차 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선 배터리 광물, 배터리 부품 등 배터리 산업 기반이 동시에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보젤라 회장은 “북미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된 원료나 부품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일본 등에서 생산된 원료나 부품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회장도 “배터리, 배터리 소재 혹은 배터리 부품 등에 대해 한국산을 미국산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나아가 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은 미국과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와 효력이 유사한 FTA를 체결한 국가다”며 “내국인 대우 원칙상 한국산은 미국산과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점, 한국 정부는 미국산 포함 수입산과 한국산 간 차별 없이 이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 중이고 미국산이 이 과정에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미국의 생산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전기차 포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해 한국산 전기차도 미국산과 동등하게 세제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AAI는 향후 미 재무부 세부 지침 마련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IRA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젤라 회장은 “이번 IRA 입법이 산업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정치권에 의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 AAI도 미 정치권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한국 측도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뒤따랐다.

보젤라 회장은 “산업 전환 세제 지원과 소비자 구매 세제 지원 등 전기차 세제 지원은 세부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부문도 상당하다”며 “특히 대미 투자 기업들의 경우 업체별 상황에 맞게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