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최근 전국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주택담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등 일부 지역의 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소재 아파트 밀집 지역.
▲ 서울 소재 아파트 밀집 지역.

◇강서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빌라 모두 전세가율 높아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역별 전세가율, 보증 사고 현황, 경매 낙찰 통계 정보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올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거 분야 민생 안정 방안’과 이달 1일 발표한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전국 74.7%, 수도권 69.4%, 비수도권 7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 등 빌라의 전세가율은 전국 83.1%, 수도권 83.7%, 비수도권 78.4% 등으로 아파트에 비해 더 높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빌라의 전세가율이 아파트와 무려 14.3%p나 차이 났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서울의 최근 3개월 간 아파트 전세가율은 금천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천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6.6%나 됐고, 강서구는 71.9%, 은평구는 70.2% 등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빌라 전세가율은 강동구가 88.7%로 가장 높았고, 광진구(86.5%), 강서구(86.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강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와 빌라 모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강서구는 그간 전세 사기 위험 지역으로 수차례 언급돼 왔다.
 
읍·면·동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셋값이 집값을 상회하는 지역도 있었다. 아파트의 경우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의 전세가율은 무려 103.4%를 기록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에 자리한 여의도더리브스타일의 전용 면적 14.8376㎡(약 4.49평) 한 호실(3층)은 올 7월 5일 1억8500만원에 매매됐다.
 
그러나 같은달 1일 동일 면적의 한 호실(14층)은 이보다 3500만원 높은 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고층이라 전세 보증금이 더 비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달 23일 저층의 한 호실(5층)이 2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더라도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서울 소재 빌라 밀집 지역.
▲ 서울 소재 빌라 밀집 지역.

빌라의 경우 강서구 등촌동의 전세가율이 105.0%나 됐다.
 
이뿐만 아니다. 전세가율이 100%를 넘기진 않았으나 △강서구 공항동(98.3%) △강동구 길동(97.5%) △강동구 성내동(96.3%) △강서구 염창동(96.1%) △동작구 신대방동(94.9%) △구로구 개봉동(93.1%) △은평구 응암동(91.7%) △강북구 미아동(91.4%) △금천구 독산동(91.1%) △광진구 구의동(90.6%) 등에서 90%를 웃돌았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매매 가격이 떨어지면 임대인이 집을 팔더라도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보증금마저 떼일 수도 있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전세가율이 70% 미만인 경우를 안전하다고 본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라면 깡통전세가 우려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전세가율 상세 통계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임차인들이 입주 지역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돼 혹시 모를 전세 보증금 미반환 등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매매 가격 하락 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전세 계약 체결 전에 해당 지역의 전세가율을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수도권,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 빈번…서울 강서구 60건·인천 미추홀구 53건 등
 
또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의 사고 통계도 공개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한달 동안 75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총 511건(1089억원)의 보증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국 평균 보증 사고율은 3.5%를 기록했다.
 
보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로 총 60건(보증 사고율 9.4%)이나 됐다. 다음으로 인천 미추홀구 53건(21.0%), 경기 부천시 51건(10.5%) 등 수도권에서 보증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증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사고율이 높은 지역은 위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매물의 권리 관계, 주변 매매·전세 시세,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계약 이후에는 임대차 신고, 전입신고를 통해 우선 변제권을 확보하고, 전세 자금 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등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 경매 정보를 활용해 지역별 주택의 경매 건수, 낙찰 건수, 낙찰가율(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 가격의 비율) 정보도 제공된다. 임대인의 부도·파산 등으로 해당 주택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액이 얼마인지 유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실제로 전국 기준 최근 3개월 평균 낙찰가율은 82.7%로, 최근 1년 낙찰가율 86.2% 대비 3.5%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경매에 넘어간 주택의 임차인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 서울 소재 아파트 밀집 지역.
▲ 서울 소재 아파트 밀집 지역.

국토부는 지역별 전세가율과 보증 사고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중으로 전세 피해가 우려되는 지자체에 개별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전세 보증금 피해 예방 차원에서 매물별 적정 시세 수준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자가진단 안심 전세 앱(가칭)’도 개발키로 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에 제공된 통계가 전셋집을 구하는 임차인이 위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보증금 피해를 예방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며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이 보호되도록 임차인의 대항력 보강 등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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