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을 맞아 護國영웅·국군장병에 감사와 격려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는 뜻깊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제1회 고(故) 백선엽(白善燁, 1920~2020)장군 추모음악회.

이날 초강력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완전히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않은 상황임에도 관객들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600여 좌석을 가득 메웠다.

음악회는 백선엽장군 추모 영상, 추모시 낭송, 국내외 유명 성악가의 무대, 육군 학군사관(ROTC) 합창단 알시오콰이어의 군가 합창 등으로 2시간 동안 펼쳐졌다.

행사에는 일반 시민은 물론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는데, 특히 조셉 다 코스타 미8군 부사령관(준장) 등 주한 미군 주요 인사들이 여럿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공동대표 방기봉·박정이 등)는 “멸사보국(滅私報國)의 군인정신으로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 구국영웅의 정신을 선양하고 계승하기 위해 추모음악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음악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해 보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의 유묵(遺墨)으로 유명한 이 말이 음악회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견위수명‘ 네 글자가...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多富洞) 전투‘의 영웅이다.

다부동 전투가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승부처가 됐을 뿐만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을 확고히 하는 역사적 디딤돌이 됐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는 실로 중차대(重且大)하다.

북한 공산당의 기습 남침으로 사흘 만에 서울을 빼앗긴 국군은 전쟁 시작 한달 만에 영토의 90%를 잃고 한반도 끝 낙동강 전선으로 내몰렸다. 나라가 소멸될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쳐내려오던 북한 공산군은 낙동강 전선만은 사수(死守)하려는 국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이 낙동강 전선에서 치른 최후의 방어전투였던 다부동(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일대) 전투. 미8군 예비대의 지원을 받은 국군 1사단이 8000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3개 사단 2만여 명의 총공세에 맞서 8월 3일부터 8월 29일까지 26일간 다부동 전선을 사수했는데, 이것이 바로 백선엽 장군이 낙동강 전선을 지킨 다부동 전투였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사단장인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고 독려하며 북한군이 점령한 고지로 돌격해 전세(戰勢)를 뒤집었다.

이 승리로 북한군은 대구를 점령하지 못했고, 다부동 전투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전투로 평가를 받고 있다.

낙동강 전선(戰線)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군과 국군이 방어선을 연결해 북한군과 대치한 첫 전선이었다.

대구와 부산을 감싸 안은 낙동강 전선이야말로 한국전쟁의 마지노선이었고, 국군 1사단과 미 24사단이 북한군 주력 3개 사단과 약 한 달여간 그 전선에서 대치했던 것이다.

이 방어선은 동서 80㎞, 남북 160㎞로, 서북 첨단의 왜관을 기점으로 하여 동해안의 영덕에 이르며, 서쪽은 낙동강 본류를 따라 남강과의 합류 지점인 남지읍(南旨邑)에 닿고, 다시 함안 진동리(鎭東里)를 거쳐 진해만까지 뻗치고 있었다.

경북 왜관에서 영덕에 이르는 산악 지역은 국군이, 왜관에서 마산에 이르는 낙동강 본류는 미군이 담당했다. 당시 미8군 사령관 워커(Walton Harris Walker, 1889년 12월 3일 ~1950년 12월 23일 순직, 대장 추서) 장군은 방어와 반격의 마지막 교두보(橋頭堡)인 낙동강 사수의 의지를 “Stand or Die!(버티느냐, 죽느냐!)”란 명령으로 천명했고, 북한 김일성은 충북 수안보까지 내려와 ‘8월 15일까지 부산을 점령하라’고 북한군을 독려했다.

북한군은 한국군 전선을 돌파해 미군을 우회 공격하기 위해 칠곡 인근 전선에 전력을 집중했다. ​이것이 이른바 ‘8월 대공세(大攻勢)’였고, 가장 뜨거운 격전지가 다부리(당시 지명은 다부동)였던 것.

낙동강방어선 전투는 북한 공산군의 주력을 무찌르고 6·25전쟁 발발 이래 초기의 수세(守勢)에서 벗어나 공세(攻勢)로 전환하는 발판을 만든 획기적인 이정표(里程標)였다.

이때 사상자만 한국군과 미군 약 1만여 명, 북한군 2만4,000여 명에 이르렀으며, 8월 대공세의 실패로 북한군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었고, 유엔군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작전명 '크로마이트')‘을 감행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특히 다부동 전투에서의 승리는 최초로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하여 작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게 됨에 따라 연합작전으로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남한을 지원하는 연합군 입장에서 한국의 전쟁승리 의지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서 한미간 상호신뢰도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낙동강 전투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낙동강 전선이 무너졌더라면 아마 자유와 시장경제의 활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도 없었고, 지금 북한과 같은 처지로 내몰리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하다.

백선엽 장군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승부수(勝負手)인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미군에 앞서 평양에 입성했고, 1·4후퇴 뒤 서울 탈환 때도 최선봉에 섰다. 6·25의 불멸의 전사(戰士)이자 전설이다. 그는 국군 창설에 참여했고, 휴전회담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군 최초 대장에 올라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맡으며 군 재건을 이뤄냈다. 이런 백선엽을 미군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한국군 장교' '최상의 야전 지휘관' '참모와 지휘관 모두 탁월'이라고 평가했다.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전입신고를 했다. 단순한 '한·미 동맹의 상징'이 아니었다. 백 장군을 군 작전가로서 존경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은 나라를 지킨 백 장군을 깎아내리기만 했다. 그의 공훈(功勳)에는 눈을 감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 복무한 기록만 부각시켜 '독립군 토벌 친일파'라고 했다. 이렇게 친일파 공격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자신의 부모가 진짜 친일파인 경우가 숱하게 드러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 장군이 "당시 중공 팔로군과 싸웠고 독립군은 구경도 못 했다"고 했으나 이는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 광복회장은 "백선엽은 철저한 토착 왜구"라고 했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백 장군을 '민족 반역자'로 불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백 장군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남침 공로로 북한에서 중용된 인물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 육사(陸士)는 백 장군 활약을 그린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의 훈장(勳章)을 박탈하자는 주장이 나오더니 현충원 안장까지 시비를 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이 백 장군을 공격한 진짜 이유는 그가 친일파여서가 아니라 6·25 때 공산군과 싸워 이겼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친일파'라는 것은 대중의 반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충원(顯忠院)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英靈)들의 안식처다. 백 장군이 현충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이 나라는 더이상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6·25 때 백 장군의 지휘 아래 목숨을 바친 12만명의 국군 선열(先烈)이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백 장군은 2020년 7월 10일 향년 100세로 별세하기 전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전투복을 수의(壽衣)로 입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관 위에는 다부동 등 8대 격전지에서 모은 흙도 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 지도부는 그의 영결식에 불참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의 일본군 복무 경력을 들어 그에게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딱지를 붙여 홀대했다. 일부 단체는 안장식 때 반대 집회도 했다. 보훈처는 지난 2월 백 장군 묘 안내 표지판을 철거하기도 했다.

‘호국(護國)의 별‘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두려운 일이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 위성(衛星)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이어 7월 19일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역사적인 첫 비행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거기다가 지난달 5일에는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7대 달 탐사국에도 당당히 진입했디. 선박 건조량, 자동차 생산량, 반도체 매출액, 정보화 지수, 저탄소 경쟁력, 전력 생산량 등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BTS(K팝), 기생충(영화), 오징어게임(드라마)이 한류(韓流) ’트라이앵글‘을 완성했고, 손흥민(축구), 고진영(골프), 반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K클래식) 등 일일이 예를 들기 벅찰 정도다.

상징적으로 한 나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여권(旅券, passport)은 어떤가. 무비자 혹은 간단한 절차만 거치고 입국할 수 있는 각 나라 여권 파워를 나타내는 ‘세계여권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당당히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여권으로 192개국을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다. 1위 일본과 단 하나 차이로, 세계 정상급이다. 북한은 105위(40개국)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77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았지만, 5년 후에 북한 공산당의 기습 남침으로 벌어진 6.25전쟁의 결과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70년만에 이렇게 세계에서 주목받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물론 여러가지 요인(要因)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것이 아닐는지.

36년간의 일제 치하에서 선대(先代), 그리고 3년 1개월 2일간의 참혹한 전쟁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흘리며 싸운 참전용사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분들의 애국애족(愛國愛族) 숭고한 희생의 피가 이 강산에 뿌려짐으로써 그 토대 위에서 자유대한민국이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서는 지난 7월 27일 제69주년 정전협정일을 맞이하여 ‘추모의 벽 헌정식’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 한 벽면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이 거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 백선엽 장군과 같은 호국용사(護國勇士)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가꿔나가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일선 교육현장에선 철 지난 좌편향(左偏向) 교육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자유·남침(南侵)’이 빠진 역사교육이 웬 말인가. 이른바 운동권과 좌파 성향 세력이 입법, 사법, 학술, 교육, 노동, 언론, 예술, 종교, 시민단체 등 여러 분야에서 똬리를 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하지 않고는 나라의 발전과 공동체 정신의 발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은 최근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공화국 핵(核) 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을 만장일치 채택했다. 여차하면 자동으로 핵 공격을 가하도록 ‘핵 선제 타격’을 법조문에 명문화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다. ‘가짜 비핵화 쇼‘의 예정된, 참담한 결말인 셈이다.

지나간 역사, 그리고 조국(祖國)을 구한 영웅(英雄)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스러져간 영웅들을 기억하라. 그들이 바로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이유다. (Remember, our fallen heroes. They are the reason that we are free.)’

이 한 줄의 경구(警句)에 군(軍)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오롯이 담겨있다.

미국인들의 군인에 대한 예우(禮遇)는 각별하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고객, 장애인, 그리고 군인들은 지금 앞으로 나와 먼저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국내선 공항 안내방송 멘트다. 이뿐만이 아니다. 웬만한 쇼핑센터에서는 제대증을 내밀면 최소 10% 추가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관공서 민원실이나 은행 창구에서도 군인에게 우선 서비스를 해 준다.

열흘 뒤, 10월 1일은 대한민국 건군(建軍) 74주년 ‘국군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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