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부족 원인”이라는 정부 vs “혼획금지법에 의한 폐기”라는 전문가
국립수사과학원,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은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
해양전문가, “이번 사건은 산소부족 아닌 혼획금지법으로 인한 다량 폐기”

▲  사진=창원특례시 제공
▲  사진=창원특례시 제공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진해만 내 정어리 집단폐사 현상에 대해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라고 공식발표한 반면, 해양전문가들은 ‘혼획금지법 미봉책으로 인한 폐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수과원은 집단폐사 원인에 대해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면 밀도 차이에 의해 바닷물 상층부와 저층부 사이에 밀도 약층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섞이지 못해 상층부로부터 산소공급이 차단되면서 저층의 용존산소가 고갈되었다”라고 지난 18일 설명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대량 폐사가 발생한 마산합포구 해양누리공원(마산만), 진동만 북부해역에서는 현장 조사 당시 용존산소 농도 3㎎/L 이하의 산소부족 물덩어리 (빈산소수괴)가 수심 4m 층부터 바닥층까지 관측되었고, 이에 정어리가 산소부족으로 집단으로 폐사한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남동해수산연구소 임현정 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어리는 보통 겨울철부터 4월까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접근하지만, 이 시기에 정어리가 다량 유입된 건 이례적”이라며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어류) 폐사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과원의 설명자료를 전면 부인했다.
 
국립 제주대학교 해양생명학과 정석근 교수는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산항 정어리 떼가 빈산소수괴, 즉 용존산소가 낮아서 죽었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서식지를 헤엄쳐서 피할 수 있는 정어리가 빈산소수괴나 청수로 대량 폐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라며 수과원의 의견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혼획으로 잡힌 정어리를 어부가 해양 폐기한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수산업법 제41조의3(혼획의 관리)에 따르면 ‘어업인은 제41조 제4항에 따라 포획·채취할 수 있는 수산동물의 종류가 정하여진 허가를 받은 경우, 다른 종류의 수산동물을 혼획(混獲)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어업인들은 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획 과정에서 그물에 목적 어종 외의 잡어가 들어오면 이를 분류해 바다로 방생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잡어’가 폐사하기 때문에 사실상 방생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관계자는 ‘어획 이후 폐사된 어류 처리 방법이 마련되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법이 반영된 게 없다”라며 “내부에서 추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혼획 어류 처리방안에 대해 정 교수는 “혼획된 물고기는 정상적인 판매 방법인 ‘계통판매’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사매(私賣)’를 통해 판매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당연히 불법이다. 때문에 어업인들이 혼획한 물고기를 해양 폐기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어리 집단폐사의 원인은 혼획금지법으로 인한 해양 폐기이며, 이는 공무원의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지난 21일 수과원은 재차 설명자료를 통해 “정어리 집단폐사는 국립수사과학원이 다각적인 과학적 조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근거로 하여 산소 부족을 주 원인으로 결론지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불법 포획한 정어리 폐사체가 만 안으로 들어온 것이란 주장에 대해 “해수유동 분석에 의해 부유 폐사체의 역추적 조사 결과 폐사 발생 지점이 만(灣) 내부에서 시작되었고, 9.30.~10.2.까지 만(灣) 안쪽에서 조업을 한 멸치권현망어선이 없었다”라며 “때문에 폐기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설혹 멸치권현망어선들이 만(灣) 외측에서 폐기했다 하더라도 폐사체가 내만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낮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 유동 시스템을 사용해 역추적한 결과, (부유 폐사체)는 만 외에서 흘러 들어온 가능성보다는 만 내에서 집단으로 질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폐기된 정어리의 양이 220톤(t)이다. 이는 어선 한두 대가 쉽게 버릴 수 있는 양이 아니며, 만일 어선이 폐기했다 하더라도 몇 톤 미만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 교수의 입장은 달랐다. ‘어선이 220톤(t)의 정어리를 폐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충분히 그렇다”라고 지난 24일 답했다.
 
▲ 사진=정석근 교수 페이스북
▲ 사진=정석근 교수 페이스북

이어 정 교수는 “국가 통계에 의하면 경상남도 정어리 어획량은 7월 1,666톤 8월 1,488톤이었다. 계통판매로 본다면 대부분 연안어업 소형어선이 잡은 것”이라며 “(멸치권현망어선의 경우) 멸치 외의 어종을 잡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바다에 버리고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경대 수산과학대학 자원생물학과 오철웅 교수도 혼획금지법의 미봉책으로 인한 해양 폐기에 가깝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오 교수는 2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에서 왜 정어리만 선택적으로 폐사했는지 의문이다. 200톤(t)이 넘는 어류가 폐사했는데, 그중 다른 어종(돔, 멸치 등)은 극히 일부뿐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령 빈산소수괴가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했다 하더라도 정어리는 움직임이 빠른 종이기 때문에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진해만 정어리 폐사 원인 규명을 놓고 정부와 전문가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혼획금지법으로 인한 어류 처리방안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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