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8일 수과원은 '아가미 열림 증상'을 보이고 있는 정어리 사진을 첨부한 설명자료를 통해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을 산소 부족으로 재차 결론지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 10월 28일 수과원은 '아가미 열림 증상'을 보이고 있는 정어리 사진을 첨부한 설명자료를 통해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을 산소 부족으로 재차 결론지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경남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으로 정부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를 주장하자 해양 전문가들은 ‘혼획금지법으로 인한 어부들의 어쩔 수 없는 해양 폐기’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혼획금지법 미봉책’이 수면으로 떠 오르자 일각에서는 “수협과 정부의 유착 관계로 인해 혼획금지법을 둘러싼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정부 또한 나름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은 9월 말 경남 창원 마산만 일대에서 발생한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을 “산소 부족 물 덩어리(빈산소수괴)가 발생함으로써 용존산소가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정어리 떼가 질식사한 것”이라고 지난 18일 규명했다. 이에 일부 해양 전문가와 현지 어업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대학교 해양생물학과 정석근 교수는 지난 25일 <투데이코리아>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어리 집단폐사 사태는 공무원의 탁상행정이 만든 ‘혼획금지법’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물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혼획금지법, 이전부터 문제였다

2014년 개정된 혼획금지법은 수산업법 제41조의3에 따라 어업인으로 하여금 포획·채취할 수 있는 어종만 어획하고, 이외의 잡어는 혼획할 수 없게끔 만든 제도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혼획 금지를 이유로 “(멸치권현망어선의 경우) 멸치 외의 어종을 잡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바다에 버리고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은 어부가 해양 폐기한 정어리가 만으로 떠밀려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어업인들은 혼획금지법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남만에서 멸치 권현망 작업을 해온 선장 이 모 씨는 지난달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혼획금지법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씨는 “나라에서는 멸치 이외에 모두 버리라고 말하는데 숙련된 어부조차도 바닷속에 있는 물고기가 멸치인지 청어인지 (그물을 올리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라며 “관계자들이 현장에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일을 해봐야 혼획금지법이 타당성이 있는 법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혼획금지법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같은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어업인들이 혼획금지법으로 인해 피해 보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라면서도 “작업 환경이나 어획 방법에 따라 혼획금지법이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어업인들 사이에서도 혼획금지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라는 애매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혼획금지법으로 인해) 피해받는 쪽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된 안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수협은) 어업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해수부와 여러 번 혼획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해왔지만, 여전히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취재원이 ‘경남 정어리 집단폐사 사태에 대해 해수부 측과 논의된 적이 있는지’에 묻자 수협 관계자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라고 결론 냈지만 메스컴에서 정어리 폐사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아직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선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많은 물고기 중에서 정어리만 폐사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업인들이 혼획금지법으로 인해 혼획한 정어리를 해양 폐기한 것이 더욱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며 “많은 어업인은 계속해서 혼획금지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바뀐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혼획금지법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와 수협의 유착 관계’ 때문”

혼획금지법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와 수협의 유착 관계’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수협이 해수부로부터 예산을 책정받기 때문에 혼획금지법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어업인을 지원하는 (수협의) 예산이나 정책의 대부분이 해수부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번 정어리 집단폐사 사태에도 수협은 어쩔 수 없이 (해수부에게) 반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수부 스스로가 혼획금지법의 미봉책을 언급한다면, 이는 자신들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쉽게 개정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석근 교수 또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수부의) 부조리한 규제로 인한 투기임을 인정하기 부담스러우니, 다른 이유(산소 부족 등)를 찾아 끼워 맞췄다고 본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8일 국립수산과학원은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발생한 정어리 폐사 원인 분석은 전국민적 관심 사항에 대해 과학적인 조사 및 종합적 분석에 의한 결론이었다”라며 ‘부조리 규제로 인한 투기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는 허용어획량(TAC), 금어기・금지체장, 혼획제한 등 어업 규제들로 인한 현장의 불편을 호소하는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혼획금지법

해수부 측은 혼획금지법에 대해 자신들도 곤란하단 입장을 내비쳤다. 8톤(t) 이상 동력어선으로 2~3일간 외양에 출어하는 근해어업인과 연안의 수역에서 소형 어선으로 어획 작업을 하는 연안어업인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수부 관계자는 “멸치권현망을 비롯해 근해어업인과 연안어업인 등 다양한 형태로 작업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혼획금지법에 대해 어업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혼획금지법에 대해) 해수부도 여전히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해양부는 2016년 멸치·잡어 등 혼획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연안어업인 2,000여 명이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혼획이 허용되면) 근해업종의 자연 혼획으로 인한 무차별적 어획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를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근해어선 대상인 멸치권현망업계와 쌍끌이(어선 두 척의 양 끝에 그물을 설치한 뒤 어선을 끌면서 이동하는 어법) 업계는 “어업 특성상 혼획을 피할 수 없다”라며 “자연 혼획을 금지하는 규정은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해수부는 혼획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혼획에 대한 의견은 어업인들의 갈등 불씨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혼획금지법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이어지면서 단시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해수부의 판단이다.

해수부는 “혼획금지법과 관련해 수협과 꾸준히 소통 중”이라며 “당장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어업인의) 불편함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협 또한 모든 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해야 하므로 어느 한 편의 목소리만 크게 낼 수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어업인들이 해양산업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만큼, 혼획금지법이 다시 개정안 논의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