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정부, 대통령과 언론은 항상 긴장 관계다. 때로는 적대적인 상황으로 악화하는 경우까지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시를 받는 정부, 대통령 입장에서는 언론이 항상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실과 MBC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 상황을 보면서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언론의 자유’다. 이에 상응하는 명제는 바로 ‘언론의 책임’이다.

이 두 명제는 지고(至高)의 가치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또 애매한 관계다.
 
그러니 논쟁이 끝이 없다. 여기에서 언론은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권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언론이 공정하지 않고, 권력이 비민주적이라면 ‘언론의 자유와 책임’ 논란은 무의미하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
 
윤석열 대통령실과 MBC 사이의 갈등 원인은 간단하다. 발단은 윤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불분명한 발언을 ‘미국’ ‘바이든’이란 자막을 넣어 미국 의회와 대통령을 모욕한 것처럼 보도한데서 비롯됐다.
 
이어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서 대역을 쓰고도 알리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일련의 사태 영향 탓인지, 대통령실은 동남아 방문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불허했다.
 
긴장 상태 속에서 지난 1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끝내고 집무실로 향하는 대통령의 등 뒤에서 MBC 기자가 고함으로 항의했고, 이를 말리는 공무원과 싸우는 ‘난동’에 가까운 상황이 빚어졌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대통령 동선과 취재진을 차단하는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양비론(兩非論)을 펼 수밖에 도리가 없다.
 
먼저 MBC 쪽부터 보자. 대통령의 뉴욕 발언관 관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증적으로 보도한 점이다.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었고 미국 당국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데 사과 없이 계속 물고 늘어지니 대통령 측이 ‘악의적 보도’라고 맞선 것이다.
 
도어스테핑 중단에 관한 양비론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서도 대역(代役)을 실제 인물처럼 처리하고서도 밝히지 않았다. 진솔한 경위 설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게 대통령실 불만이다.
 
여기에서 공영방송이라는 MBC가 과연 불편부당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을 외면할 수 없다.
 
이미 판명 난 광우병 사태 관련 보도의 편파성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MBC의 제3노조가 “최근 보도는 권력 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 지금이라도 언론의 본모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과거 화려했던 MBC의 명성은 쇠퇴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실 대응은 적절한가.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전용기 탑승 불허만 해도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란 여론이 대세다. 그러다 보니 MBC에 대한 탄압이란 인상을 줬고, 언론탄압이라는 야당 비판을 불렀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가림막을 설치한 것도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도어스테핑은 소소한 실수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윤대통령의 열린 마음,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의지 표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호재(好材)를 MBC와 싸우느라 상실할 이유가 뭔가. 그리고 궁궐 같은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와 국민과 호흡 함께 하려한 초심을 버릴 이유가 뭔가.
 
60여 차례의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윤 대통령은 잦은 말 실수, 걸러지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리스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 보니 취재진의 돌발 질문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국민의 알 권리를 넓혀주고, 국민과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려 했던 대통령의 당초 의지대로 도어스테핑이 한 단계 성숙한 방식으로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언론과 언론인이 건강하고, 책임에도 충실함을 전제로 할 때 언론자유는 선진 문명국가에선 필수다. 반대로 언론이 건강하지 않다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전제하에 미국 몇 대통령의 언론관(言論觀)을 살펴보자.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그게 우리(권력과 언론) 관계의 핵심이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아첨꾼이어선 안된다...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퇴임 기자회견)
 
“모든 이의 안전이 자유언론에 있다”(토머스 제퍼슨) “활발한 언론이 없는 자유 사회는 위험하다”(존 F 케네디) “자유롭고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보다 더 필수적인 요소는 없다”(로널드 레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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